농협이 광역방제기를 이용해 철새도래지인 경기 이천시 설성면 성호저수지를 소독하고 있다. 농협은 무인헬기도 동원해
[집중점검]조류인플루엔자 발생 한달<상>‘골든타임’ 허비·방역망 구멍…사상 최악 치닫나초고속 확산 원인은 정부 늑장·관행적 대응 심각 500m내 살처분 방식 한계 첫 발생때 도단위 차단했어야지자체 허술한 방역, 사태 키워 잠복 바이러스 동시다발 주장도 더딘 살처분·인력부족 문제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영남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부가 전국 모든 가금류와 종사자의 이동을 48시간 금지하는 초강력 조치를 한달도 안돼 세차례 내렸지만, 살처분 가금류는 발생 28일 만에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4년 1차 피해 규모를 가볍게 넘어섰다. 이렇듯 AI 사태가 짧은 기간 내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방역당국이 AI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새 탓만 하다가 조기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①정부의 초기 대처 미흡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는 2014년 4월 이후 최근까지 베트남과 라오스·중국·홍콩 등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국내에서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바이러스의 주범은 철새로 지목되지만 점차 사람·차량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수평 전파’ 양상을 띤다. 방역당국이 초기 대응을 강력하게 했다면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선일 강원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돼지의 농장간 거리는 1.2㎞, 가금류는 1.7㎞에 불과할 정도로 밀집돼 있는데다, 축산차량이 농장을 드나드는 횟수가 월평균 300만건에 달한다”면서 “따라서 발생 농장 반경 500m 내 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AI 확산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최초 발생했을 때 발생농장 기준이 아니라 아예 서해안벨트나 도 단위로 묶어 차단방역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응도 한박자씩 늦었다. 10월28일 AI 첫 검출 이후 방역당국은 11월11일 첫 조치를 취했다. 그마저도 ‘철새주의’ 단계 경보를 발령하고 예찰지역을 지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과거와 달리 올해 AI 바이러스는 하룻밤에 수백, 수천마리가 폐사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후 AI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는데도 방역당국은 탄핵정국 등으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총리·부총리 협의회에 보고된 것은 처음 발생한 지 2주일이 지난 12월1일에 이르러서였다.
②지자체 방역망도 구멍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방역도 사태 확산에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안전처가 AI가 확진된 5개 도 11개 시·군을 감찰한 결과 곳곳에서 구멍이 발견됐다. AI 확진농장 3㎞ 이내에는 거점소독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문서상으로만 방역대책본부가 있는 것처럼 속이기도 했다. 또 축산차량이 발생지역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두 소독시설을 거쳐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 모든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이 제한되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사료 부족 등의 이유로 차량을 운행하거나 축산 관련 차량에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하지 않은 사례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③토착화 가능성도
AI 바이러스의 토착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여름 이전에 국내에 들어와 닭·오리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겨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④살처분 작업, 평균 2~3일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살처분 작업이 더디게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인력 확보가 어렵고 매몰지가 부족한 탓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살처분 작업이 늦어지면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진다”면서 “현재 24시간 내 살처분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평균 2.3일이 걸리고, 50만마리일 때는 1주일씩 걸린다”고 밝혔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살처분이 하루 늦어지면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2~3배 늘어난다.
⑤방역공무원 부족 등
지자체의 방역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강원 11곳과 경북 6곳, 울산 3곳, 경기 3곳, 충북 2곳 등 전국 25개 기초단체는 가축방역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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